완연한 봄입니다. 해가 길어지고 날은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부모님 댁 근처의 부두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물고기는 구경도 못했지만 화창한 오후 산들바람을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다에서 건진 것은 커다란 미역 줄기 하나였지만 뭐라도 하나 나와서 참 다행입니다.
빈 손으로 돌아오면서 투자는 낚시와 같은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잡지 못했어도 오늘은 잡으리라는 희망찬 확신 가운데 터를 찾아 떠나는 일이 낚시요 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식을 사는 사람들, 집을 사는 사람들 중에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난 십수년간, 아니 수백년간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건의 가격을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장기 우상향할 것이라는 낚시꾼의 희망을 가지고 투자하고 거래하는 것입니다.
뉴스를 열심히 찾아 보는 것은 좋은 낚시터를 찾는데 효율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좋은 낚시터라고 소문이 나면 이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북새통이 되는 것은 금방입니다.
낚시줄도 엉키고 시끄러워서 영 집중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내 물고기가 씨가 말라 버립니다.
먼저 도착해서 명당을 잡았던 꾼들은 슬그머니 뒷돈을 받고 자리에서 빠져 나와서 다음 명당을 찾아서 떠납니다.
그렇게 명당을 찾아 헤매기 여러번 꾼들은 이제 낚시터란 낚시터는 모조리 사람들이 가득한 것을 깨닫게 됩니다.
소문난 곳, 깨끗한 곳, 재밌는 곳, 등등 모든 낚시터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립니다.
예전에 팔고 나온 명당 자리가 아쉽습니다.
그런데 이래도 저래도 다들 물고기가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심지어 어떤 낚시꾼은 물고기도 없는데 입장료를 받았다며 주인장 멱살을 잡고 놔주지 않는 경우도 생깁니다.
낚시꾼은 그늘에 자리잡고 앉아 기다립니다.
물고기가 안잡힌다는 소문이 나면 뜨내기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럼 낚시꾼은 집으로 안 돌아가고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요?
바로 새벽입니다.
사람들이 포기하고 돌아가면 주인장은 새벽에 몰래 물고기를 사다가 호수를 채웁니다.
그래야 물고기가 돌아왔다 소문이 나고 주인장은 자릿세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불문율은 낚시꾼들이 떠난 후에야 물고기를 채우는 것입니다.
왜냐면 낚시꾼들이 너무 많으면 어차피 물고기를 풀어 봐야 얼마 못가서 다 잡혀 버리니까요.
모든 꾼들이 한 마리씩 잡으면 소문이 안나고 꼭 몇 명만 대박을 내야 소문이 나는 법입니다.
그래서 모든 낚시터가 흥망을 번갈아 가면서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이제 물고기는 씨가 말랐고 뜨내기들이 미끼가 떨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아뿔사!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옆 동네 낚시터 주인장이 몇몇 건달 손님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물고기를 미리 풀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원래 주인들은 물고기 푸는 시기를 담합을 했는데 이에 균열이 생긴 것입니다.
이런 식의 담합은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도미노처럼 확산됩니다.
혼자서 손님을 잃는 주인은 없으니까요.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던 이들은 쏟아지는 물고기를 보면서 환호합니다.
당황한 사람은 그늘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낚시꾼입니다.
이제 생선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자기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무역 협상은 사실 큰 의미 없는 휴전 선언일 뿐입니다.
원래 없던 추가 관세 부과를 뒤로 미루고 원래 수입하던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소식에 묻혀버린 미연준의 유동성 공급 뉴스에 집중해야 합니다.
낚시터 주인이 다른 소동이 벌어진 사이에 물고기를 쓸적 채워 넣은 것입니다.
주인은 원래 몇 마리 정도는 늘상 넣어준다며 걱정 말라고 손사레를 치며 떠납니다.
그런데 낚시꾼은 알고 있습니다.
주인장이 무한대로 물고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낚시꾼은 이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예전에 싸게 팔았던 명당 자리를 웃돈을 주고 살 것인지 아니면 주인장 물고기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지 말입니다.
낚시꾼은 수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에 물고기를 놓치면 언제 다시 물고기를 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낚시꾼은 찌를 던질 때 낚시꾼입니다.
화창한 봄날에 물이 들어오는데 낚시대를 거두는 꾼이 있다면 아마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는 낚시에 흥미도 희망도 잃어 버린 낚시꾼이니까요.
낚시꾼은 어제 잡지 못했어도 오늘은 잡을 것이라 확신하는 희망 가운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꾼들과 함께 열심히 찌를 던지고 물고기를 기다립니다.
Mental Note 1.
모든 투자는 원금 손실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Mental Note 2.
감당할 수 있는 손실만큼만 베팅하자. -> 빚내서 투자하면 망한다.
미끼 없는 바늘을 무는 물고기는 없다.
Mental Note 3.
중앙 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급하게 늘리면 현금도 손실을 보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현금에 부과되는 세금. 이자가 계속 떨어지면 인플레를 상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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